혼자 있음에 익숙하지 않는 우리에게 이 외로움이란 하나의 두려운 존재다. 이 외로움에서 벗어나고자 우린 많은 친구들을 사귀고 결혼을 하고 다양한 취미나 사회 활동으로 삶을 더 바쁘게 만든다. 주변에 많은 사람들과 일거리로 분주한 삶을 사는 것만이 외로움을 극복하는 것으로 인식된 우리에게 항상 우리가 추구해 오던 대상들로부터 고립되어 혼자로 존재해야 한다는 것은 아마 사형선고와도 같이 끔찍한 것일 것이다. 게다가 주변에 아무도 없이 혼자이면 마치 삶의 낙오자처럼 인식하는 따가운 사회적 관념은 우리로서 외로움을 더욱 더 부정하고 거부하게 만든다.
하지만 수행의 길로 들어선 사람은 삶을 보다 단순하게 사는 것이 필요하다. 오직 나만이 나의 마음과 몸의 깊은 내면을 통찰할 수 있고 그러기 위해선 더 많은 혼자의 시간이 요구된다. 그것은 세속의 입각에서 바라볼 때 한적하고 외로운 삶을 사는 것이기도 하다. 그래서 수행자는 외로움에 익숙할 수 있어야 하고 외로움과 벗할 수 있어야 한다는 말이 있다. 혼자임을, 외로움을 이겨내는 것은 수행자에게 무엇보다 더 중요하다고 한다.
외로움을 이겨내야 하는 것은 꼭 출가 수행자에게만 제한된 것이 아니다. 이는 재가 수행자에게도 해당될 뿐만 아니라 뼈저린 외로움의 고통으로 힘들어 하는 모든 이들에게 필요한 것이다.
그렇다면 어떻게 이 외로움을 극복하고 이겨낼 수 있을까? 다른 이와 함께 하는 것으로, 더 바쁜 삶을 살아가는 것으로 외로움을 극복하는 것이 아니다. 외부대상에 의지해 나의 내면의 공백을 메꾸려는 것은 세속의 방식으로 일시적인 효과만 있을 뿐이다.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수행을 통해 외로움의 실체를 이해하는 것이다. 그럴려면 외로움의 감정을 하나의 대상으로 분리해서 객관적으로 바라 볼 수 있어야 한다. 그것은 외로운 감정과 함께 머물면서 동시에 그 감정을 면밀히 관찰하는 것을 말한다. 외로움의 감정이 올라올 때 나의 마음과 몸에서 어떤 반응이 일어나는가... 마음이 동요되면서 어떤 특별한 감각이 몸에 느껴지나... 수행자는 면밀하게 자신의 내면을 관찰해야 한다. 외로움의 감정을 거부하거나 없애려는 의도를 내지 않고 그 감정을 있는 그대로 관찰해야 한다. 그러다 보면 외로움의 감정이 차차 약해지다가 결국에는 사라지는 것을 볼 수 있다. 결국 외로움이란 감정도 잠시 왔다가 떠나가는 무상한 현상으로 굳이 싸워서 이겨내거나 극복할 필요가 없는 것이다.
외로움을 의도적으로 밀어내거나 억지로 잊으려고 하는 것은 오히려 외로움의 감정에 연료를 붓는 격으로 외로움을 더 강화시키는 역효과를 낳는다. 외로움을 자극한 것은 외부나 내부대상 (기억, 생각, 상상) 이겠지만 외로움이 우리 마음을 침투하는 순간부턴 외로운 감정이 관찰의 주 대상이 되어야 한다. 그래서 외로움으로 자극받은 우리 마음과 몸을 객관적으로 관찰하면서 외로움의 무상한 성품을 알게되고 그로인해 우리의 마음을 외로움으로 부터 해방시킬 수 있다. 외로움을 자극한 대상들에 매달려 생각하고 또 생각하면 점점 외로움의 깊은 늪으로 빠져들어 우리의 마음은 더욱 고통스러워진다.
외로움이 찾아 와도 그것에 반응해 쫒아가지 않고 외로움을 있는 그대로 관찰하면 결국엔 지가 알아서 떠나간다. 하지만 이것은 말처럼 쉽고 간단하지가 않다. 항상 우리 마음을 자극한 대상을 쫒아가는 데에 익숙한 우리는 이제 우리내면으로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 그곳에서만이 우리를 괴롭히는 모든 요소들로 부터 해탈할 수 있는 길이 있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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